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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경기도 하남시가 공사부지에 방치됐던 일부 유기견을 특정 단체에 기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증이 성급하게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해당 단체의 정체성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증을 받은 단체의 대표는 과거 유기동물을 방치 학대한 의혹을 산 인물이다. 일각에선 이 단체가 유기견을 볼모로 국내외 모금 활동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남시는 지난 6월 말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사부지인 감일택지개발지구 내에 5년 동안 방치됐던 유기견 보호에 나섰다. 일부 개고기 판매 상인들이 LH로부터 보상비를 받기 위해 개발 지구를 무단점거, 개사육장을 불법 설치한 것과 관련해 시가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 당시 유기견들은 비위생적인 개발부지 환경에서 방치·학살되곤 됐다. 해당 현장은 일명 ‘하남 개지옥’으로 불리며 수많은 민원을 속출시켰다.

하남시는 방치됐던 200여 마리의 유기견을 근처 임시보호시설로 옮기고 동물보호단체 등과 함께 치료·분양에 속도를 냈다. 하남시 관계자는 “당시 공사를 코앞에 둔 LH를 설득해 2달여의 보호기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하남시가 9월 말까지 분양·기증 처리한 유기견 수는 150여 마리다. 남은 50여 마리는 ‘PFC’(Passion For Compassion)라는 단체에 9월 19일 일괄 기증하면서, 하남 개지옥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유기견을 기증받은 PFC의 정체가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PFC는 자신들이 미국·영국 등 해외에 지사를 둔 동물보호단체로 소개하지만 실상은 ‘유령단체’라는 정황이 나오고 있는 것. 유기동물 보호와 관련해 각종 기금을 지원하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소이독’(Soi Dog Foundation)은 재미교포인 한 동물보호 봉사자에게 “PFC의 직원이 매달 미국에 유기견을 보냈다고 우리에게 보고했지만 이는 확인할 수 없었다”며 “PFC는 자선단체로 등록되지 않았으며 자사 웹사이트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이메일을 통해 지적했다. PFC가 경기도청으로부터 국내 단체인증을 받은 시점이, 하남시로부터 유기견을 기증받기 불과 이틀 전인 9월 17일이란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세계동물보호단체 ‘소이독’ 실무자인 제니스가 동물보호 봉사자인 재미교포 애니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중 일부 캡쳐.  


PFC의 대표인 김 아무개 씨가 과거 하남시에서 유기견을 방치 학대했다는 의혹을 샀던 인물이라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S 동물병원과 함께 하남시 유기동물보호 위탁사업을 도맡았다. 당시 김 대표는 시로부터 100여 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기증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별내면 쉼터에서 보호·관리했다. 문제는 당시 김 대표가 아픈 유기견을 제대로 치료치 않고 추운 겨울날 유기견을 외부에 방치, 위생 관리 또한 소홀히했다는 의혹을 샀던 것. 하남시는 이에 대한 문책 없이 김 대표에게 또 다시 유기견을 기증한 셈이다.

시의 유기견 기증절차도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FC는 9월 19일 새벽 4시쯤 유기견을 급히 실어 날랐다. 이와 관련한 시와 여타 시민사회단체 등의 논의는 없었다. 한 동물보호 활동가는 “일이 매우 급박하게 진행됐다”며 “새벽 시간은 개사육장에 있는 개들이 도살되는 시간으로 아이들(유기견)이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하남 동물자유연대 등은 9월 12일 시 측과 진행한 안건 협의 내용에 따라 5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보호소와 치료단체 등을 이미 섭외한 상태였다.

유기견 이동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시 PFC가 유기견들을 한 켄넬에 3~4마리씩 넣고 수시간 동안 가뒀다는 정황 등이 나온 것. 이은주 대한동물사랑협회 대표는 “개들이 실려 갈 때 켄넬 하나에 여러 마리가 꾸겨 들어가면서 잇몸이 철장에 물린 애들도 있었다”며 “당시 현장에 있던 활동가들 말에 따르면 안전화를 신고 PFC 티셔츠를 입은 용역업체 인부들이 이동작업을 도맡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다친 동물들도 나왔다. 봉사자들은 안전화를 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용역업체 인부들이 PFC 티셔츠를 입고 유기견을 옮기는 모습(왼쪽). 유기견들이 한 켄넬에 3~4마리씩 갇힌 채 테마파크 부지에 방치된 모습(오른쪽). 사진 제공 = 동물보호 활동가.


일각에선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두고 여러 해석과 의심을 제기한다. 하남시는 일명 ‘하남 개지옥’을 하루 빨리 해결하기 위해 성급히 일을 처리했고, PFC는 이런 상황을 활용해 돈을 벌려 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 특히 PFC는 세계 동물보호단체인 소이독이 하남시 유기견 방치사건을 주시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보호·관리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국내외 지원금을 대거 타내겠다는 셈법을 구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한다. 

게다가 김 대표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애견 테마파크 대표와 1500만 원가량의 위탁계약을 맺었다. 유기견 한 마리당 30만 원의 관리비용을 매달 지불하는 대신, 테마파크에서 총 50여 마리의 하남시 유기견을 보호·관리키로 한 것. 유기견 보호 사업만으론 충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테마파크 대표는 “결국 PFC도 모금을 목표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일부 동물 활동가들은 김 대표의 해외입양 추진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 대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린 유령집단이 아니다. 메일 보내면 답 받을 수 있고 외국 직원과 통화도 가능하다. 다만 해외사무실이 아닌 핸드폰 통화를 주로 한다”며 “소이독하곤 제안서를 주고받으며 이미 계약을 맺었고 지금은 사료비 수준의 일정금액만 후원받고 있는데, 추후 (테마파크) 위탁계약비와 병원치료비 등만 추가로 지원받을 듯하다”고 말했다.  

또 “하남시에서 데려올 때 우리가 한 마리 한 마리 이불로 싸서 켄넬에 넣었고, LH에서 고용한 인부들이 켄넬 옮기는 작업만 했다”며 “지난해 동물 방치나 관리 소홀 등이 사실이었다면 하남시가 또 다시 우리에게 개를 기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개들에게 중성화수술과 질병치료 등을 한 뒤 사육장에서 겪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이들을 훈련소로 보내거나 개인 등에게 입양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남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하남시 관계자는 “보호기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50여 두의 대형견 분양이 계속 안 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PFC만이 기증의사를 밝혀 남은 개들을 이들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PFC가 경기도로부터 받은 단체 등록증을 갖고 왔기 때문에 우리는 절차에 따라 기증을 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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